* 출처 : 조선닷컴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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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08 09:32 / 수정 : 2011.02.08 10:22
"태극기가 보이지 않았다"..카이로 공항에 무슨 일이?
반정부 시위로 치안 공백 상태가 된 이집트에서 우리 외교부가 미숙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집트를 여행중이던 박예원씨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여긴 이집트 카이로공항. 3일째 노숙 중. 배가 고픕니다. 중국, 일본, 미국은 물론 유럽권 국가 대사들이 각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공항을 지키는데, 태극기는 보이지가 않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일본인들은 도시락, 중국인들은 샌드위치·과일을 (제공받아) 먹으며 음식이 많다고 버리는데 우리 대사관 직원은 나눠 먹으라면서 과자 봉지 몇 개를 두고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공항에서 자국민을 위해 국기를 달고 발로 뛰며 보호구역을 만드는 다른 나라와 5분 만에 돌아간 (우리) 대사관의 태도가 오버랩된다”면서 “중국·일본인이 버린 음식을 한국인이 주워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일본은 공짜 국적기를 타는데, 우리는 200만원어치의 추가운행 전세기(대사관 말로는 특별기)를 탄다”면서 “한국분들은 밤새 기다리다 저렴한 다른 나라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간다”고 적었다.
박씨의 글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네티즌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글을 접한 김진규(28)씨는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이 남긴 음식을 먹게 한 데 분노를 느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진(27)씨는 “이집트 상황이 엄중한데 얼마나 졸속으로 대처했으면 이런 글이 올라왔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오영숙(58)씨는 “어떻게 된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우리 외교부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대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주이집트 대사관은 지난달 31일 이후 매일 수시로 카이로 공항을 방문해 우리 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지원했다”면서 “과자, 빵, 우유, 식수 등을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이집트 대사관은 지난달 30일부터 철야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카이로발 인천행 대한항공 특별기의 항공요금은 200만원이 아니라, 왕복 12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 ▲ The National 웹사이트 캡처
그러나 박씨는 외교부의 해명 이후인 7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항비상상태라는 것을 알고 식량을 챙겨갔음에도 몇 끼를 굶을 때가 있었다”면서 “대사관에서 식수와 과자를 챙겨왔지만, 그마저도 없어 다른 분들은 물 말고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해명을 재반박한 것이다.
박씨는 “중국의 경우에는 대사관에 전화하니까 3시간 안에 와서 전세기를 동원하고 식량을 보급했고, 일본은 대사관 직원이 공항을 다 돌아다니면서 일본인을 찾고 인원수를 항상 세고,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8일 현재 이집트 사태 발생 당시 이집트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300여명 중 900여명이 철수한 상태다. 남아 있는 400여명은 현재 상황을 보아가며 철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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